■ 질문
- “친구에게 급하게 500만 원을 빌렸다가 형편이 나빠져 못 갚고 있습니다. 친구가 사기로 고소했다는데 어떻게 되는 건가요?”
■ 결론
- 차용금 사기는 이 시리즈에서 가장 상담이 많은 유형이자, 민사와 형사의 경계가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영역입니다. 판단의 기준은 제1번 글과 같습니다 — 빌릴 당시에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입니다. 친분 관계에서 이루어진 소액 차용은 대체로 담보나 서면 없이 신뢰로 이루어지는데, 이 점이 양방향으로 작용합니다. 고소인 입장에서는 "믿었기에 빌려줬다"는 사정이 되고, 피의자 입장에서는 "애초에 정식 거래가 아니었고 갚을 생각이 있었다"는 사정이 됩니다.
- 실무에서 결론을 가르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① 차용 당시의 재산 상태 — 이미 여러 곳에서 빌려 돌려막기를 하던 상태였는지, ② 자금의 사용처 — 말한 용도대로 썼는지, ③ 이후의 태도 — 연락을 유지하며 일부라도 갚으려 했는지, 아니면 회피했는지입니다. 특히 친분 관계 사안에서는 마지막 요소가 크게 작용합니다. 연락 두절과 번호 변경은 그 자체로 편취 의사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읽히는 반면, 어렵더라도 상황을 알리고 소액이나마 변제해 온 이력은 강력한 방어 자료가 됩니다.
■ 판단기준
- 차용 시점의 채무 상태 — 이미 감당할 수 없는 다중 채무가 있었고 이를 숨겼는지가 핵심입니다. 다만 채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사기가 되지는 않습니다.
- 용도의 일치 — 병원비·생활비라 하고 도박이나 코인 투자에 쓴 경우처럼 용도가 전혀 다르면 기망으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 변제 이력과 연락 유지 — 소액이라도 지속적으로 갚았거나 사정을 알린 기록이 있으면 편취 의사가 부정되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 차용 방식과 관계 — 오랜 친분에서 반복적으로 오간 금전인지, 처음 있는 고액 차용인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 다른 피해자의 존재 — 비슷한 시기 여러 지인에게서 같은 방식으로 돈을 빌렸다면 개별 사안의 해석이 크게 달라집니다.
■ 원칙
- 친구 사이의 돈 문제라도 형사 판단의 틀은 동일합니다. 관계의 친밀함이 처벌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빌릴 당시 상대의 판단을 왜곡했는지가 기준입니다. 다만 친분 관계는 담보 없이 신뢰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배경이므로, 그 신뢰를 이용했는지가 실질적으로 평가됩니다.
■ 예외
- 가족이나 일정 범위의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에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될 수 있으나, 이 제도는 2024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실무가 변동된 영역입니다(제28번 글). 친구는 친족이 아니므로 이 규정과 무관합니다.
■ 유·불리하게 작용하는 사정
- ◇ 검사 측에 유리하게(피의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사정
- 차용 당시 이미 다수 채무로 돌려막기를 하던 상태
- 빌린 돈을 도박·투자 등 말한 용도와 무관하게 사용한 흐름
- 차용 직후 연락 두절, 번호 변경, 주거 이전
- 비슷한 시기 여러 지인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차용한 이력
- 갚을 것처럼 거짓 사유를 반복해 변제를 미룬 정황
- ◇ 변호 측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사정
- 차용 당시 소득이나 회수 예정 자금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자료
- 빌린 돈이 말한 용도에 실제로 사용된 내역
- 소액이라도 지속적으로 변제한 이력
- 사정 악화를 알리고 상환 계획을 협의한 대화 기록
- 오랜 기간 서로 금전을 주고받아 온 관계라는 사정
■ 당사자별 증거 체크리스트
- ◇ 피의자·피고인 측이 준비할 증거
- 차용 시점 전후의 계좌 거래내역
- 자금 사용처를 보여주는 지출 증빙
- 변제 내역과 상환 협의 대화 기록
- 소득·재산 자료
- ◇ 고소인·피해자 측이 준비할 증거
- 송금 내역과 차용증(있는 경우)
- 차용 당시 상대가 한 설명이 담긴 대화 기록
- 변제 독촉과 응답, 연락 두절 경위
- 상대의 다른 채무나 유사 피해에 관한 단서
■ 실무상 주의사항
- 피의자 입장이라면 연락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갚지 못하는 상황 자체보다 회피하는 태도가 형사 판단에서 훨씬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 고소인 입장이라면 차용 당시 대화 기록을 확보하십시오. "무슨 말을 듣고 빌려줬는지"가 민사와 형사를 가르는 지점입니다.
- 소액 차용은 형사 결과와 무관하게 민사 회수 절차(지급명령·소액소송)가 더 빠른 경우가 많습니다. 두 절차를 함께 검토하십시오.
■ 관련법률
- 형법 제347조(사기)
- 형법 제328조, 제354조(친족간의 범행 — 친족 관계인 경우)
- 민법 제598조(소비대차)
■ 관련판례
- 부산지방법원 2025. 4. 24. 선고 2023고단5074 등 판결
- 피고인이 재력가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고율의 이자를 지급하고 일정 기간 후 원금을 변제하겠다고 말하여 돈을 받은 뒤, 실제로는 일정한 수입이나 재산이 없어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사안에서 차용금 사기죄가 인정되었습니다. 법원은 차용 당시의 재산상태, 차용금 사용처, 변제 약속의 내용, 실제 변제 여부 및 차용 후의 자금 흐름을 종합하여 편취의사를 판단하였습니다. 친구나 지인 사이의 차용이라도 차용 당시 허위의 변제계획을 제시하거나 변제능력을 가장하여 돈을 받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부산지방법원-2023고단5074
■ 작성자
- 작성·감수: 박무협 법률문제연구소 (작성일 2026. 9. 2.)
- ※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의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의 결론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